해가 바뀌었다. 여러 지원 사업이 시작되었다.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들엔 지원하지 않았다. 주로 임금을 주는 방식의 사업이다. 여러가지로 확신이 없었다. 하나는 음악가로서, 하나는 시민으로서. 그 돈을 받을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 그 돈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인가. 이곳엔 눈 먼 돈이 많고, 모르는 채 집어도 별 탈은 없겠지만, 그럴 거라면 차라리 LH 입사를 준비하는 게 본격적이지 않을까.

임금을 받을 때는 언제나 생각한다. 돈 값을 하고 싶다. 받은 만큼 일하고 싶다. 받은 것보다 많지도, 적지도 않게. 작년에 찍었던 'stage&FLO : Hongdae' 영상은 고작해야 육백 몇 회의 조회수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촬영한 '서울Live로' 영상 조회수는 삼백이 채 되지 않는다. 나에게 줄 돈을 유튜브 광고에 넣었다면 수천 수만의 조회수와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청춘 마이크 공연 한 번에 얼마가 들까. 출연팀 서넛과 스탭의 임금, 대관과 장비 대여료로 천만 원은 족히 들 것이다. 관객은 몇 명이나 들까. 많이 잡아 서너 명. 무심히 스쳐가는 사람들을 합해도 열 명. 관객 한 사람에게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백만 원 씩 들인 셈이다. 누가 그런 지출을 납득할 수 있을까. 우리는, 누군가 나랏돈을 파 먹기 위해 세운 거대한 수작의 끄트머리에, 핑계처럼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