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역에서 설아 씨, 단편선 씨를 만났다. 회의를 하고 술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다. 막노동이 하고 싶다. 힘을 쓰고 땀을 내고 싶다. 무거운 것을 들며 욕지거리를 하고, 땀에 전 채로 웃고 싶다.

옛날 생각이 났다. 특히 무능했던 마지막 지원과장은 쓸데없는 트집을 잡곤 했다. 전출을 요청하는 편지를 썼고 다음 날 부대를 옮겼다. 레토나에 한 짐 가득 싣고. 그 편지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삽질하고 땀 흘리고 싶습니다."

"했다"하는 감각이 없다. 에어컨을 달고, 상자를 쌓고, 밥을 나르고, 전단지를 돌리는 감각, 어린 시절 문방구에서 팔던 천 원 짜리 모조 건담을 만들었을 때의 감각이 이 일―노래를 하고, 기타를 치고, 녹음을 하고, 공연을 하는― 에는 잘 없다.

무감각이 나를 좀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