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니까. 스스로를 열심히 단속했습니다. 공병호 씨가 들으면 깜짝 놀랄 말을 혼자 되뇌었습니다. 시상식이 취소됐을 때도 아쉽지 않았습니다. 입고 갈 옷도 마땅치 않은데 잘 됐다. 그렇게 견고한 최면이 완성되어 가던 차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단편선 씨께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밝힌 바 있지만, 단편선 씨가 없었더라면 이 음반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존경해왔던 그와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먼 훗날 언젠가, 이문세-이영훈을 잇는 콤비로 천용성-단편선이 꼽힐 때까지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강남구 신사동 590-13, 사운드 솔루션 녹음실의 허성혁 사장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오래전 일입니다. 녹음실에는 낡은 장비를 닦기 위한 공업용 알콜이 있었고, 큰 통에 든 알콜을 종이컵에 조금씩 덜어 쓰곤 했습니다. "물맛이 이상한데" 종이컵을 버리며 한 혼잣말을 놓치지 않은 사장님은 곧장 저를 큰 병원에 데려가셨습니다. 사장님이 없었다면 저도 제 음악도 없었을 것입니다.

음반에 참여하신 세션 및 여러 스태프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름 없는 음악가에게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주신 덕분에 음반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펀딩에 참여해주신 121명의 후원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짧고 조악한 미리 듣기에도 믿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결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말을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예전 시상식도 찾아보고, 최근 화제였던 아카데미도 찾아봤습니다. 그렇지만 멋진 말을 하는 것은 성격에 잘 맞지 않고, 그런 말을 하기엔 삶이 너무 부끄러워 뻔하고 진부한 감사 인사로 대신했습니다. 아무쪼록,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