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몰》은 《김일성이 죽던 해》보다 두 배 큰 기획이다. 더 많은 제작비와 시간, 인력이 투입된다. 내가 감당하거나 결정할 일은 줄고 믿고 맡겨야 할 일이 늘었다. 앨범에서 내가 차지 하는 비중은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대다수의 예술은 협업에 의해 만들어진다. 나의 일은 초석 놓기에 지나지 않는다. 내 음악은 내 것이 아니다. 저작권은 법적 환상이다. 심지어 그 돌은 어디선가 주어온 것이다. 나는 저자가 아니라 필사자일 뿐이다.

나는 그들의 오해를 애써 교정하지 않는다. 저자에 대한 신화, 혹은 진정성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마음의 비지니스"*는 멈출 것이다. 진정성이란 자본주의 같은 것이다. 그것을 거부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 할 수 있는 것은 농담 뿐이다.

저자 연기는 괴롭다. 저자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몰입할 수록 열등감이 쌓인다. 벗어나고 싶지만 쉽지 않다. 나는 사회인이고, 사회인은 사회를 떠도는 신화와 믿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

*「경영학」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