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형 씨가 기획한 《모두의 동요》에 들어갈 노래가 필요했다. 좀 뻔한 것도 나쁘지 않겠다 ― 심지어는 삼류라 욕을 먹으면 좋겠다 ― 싶었다. 십구년 여름 강북구에서 쓰기 시작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려 오호선 환승통로 계단을 내려 갈 때쯤 윤곽이 나왔다. 권형 씨는 〈어떡해〉 대신 〈사골〉을 골랐다. 단편선 씨 식으로 표현하면, "권형이는 예술병에 걸렸으니까"
〈사기꾼〉에서 어렴풋이 암시한 바 있지만, 어린 시절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종교적인 것들이었다. 천국과 지옥이 있을까. 나는 어느 곳에 갈까. 나쁜 일을 해도 벌을 받지 않고 착한 일을 해도 복을 받지 않는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는 걸까. 긴긴 하늘을 훨훨 날아서 하늘 끝까지 올라갔는데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