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붉은 밤을 봅니다. 보통은 겨울입니다. 매번 신기합니다. 하늘이 붉다니. 집 밖을 싫어하는 제게 허락 된 최대의 장엄입니다. 고개를 내립니다. 모든 것이 초라해 보입니다. 나, 내가 하는 것 전부가 너무 하찮고 부끄럽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다니던 교회 목사님은 ― 친구 재선이의 아버지 ― 붕어빵 선교를 하셨습니다. 눈이 오는 겨울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혹은 신정 쯤. 우리는 붕어빵을 들고 근처에 있는 군부대에 갔습니다. 초소를 돌며 기도를 하고 젖은 빵을 나눴습니다. 저는 기도 중 눈을 뜨고 그때쯤 좋아하던 ― 지금은 먼 나라에서 치과의사를 한다 던 ― 아이를 몰래 훔쳐보곤 했습니다.
군장을 차고 보았던 붉은 밤과 군장 찬 이들과 보았던 붉은 밤이 일절과 이절에 나란히 있었습니다. 편곡 과정에서 이절은 사라졌고, 사라진 이야기는 이곳에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 단편선 씨는 아직도 〈붉은 밤〉을 "붉은 방"이라 말합니다. 《노란 방》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