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언제나 사려 깊게 듣고 말하는 친구. 그 앞에서는 나도 모르게 모든 걸 말해버린다. 하지 않았으면 좋을 이야기까지. 그를 향한 내 마음엔 후회와 부끄러움, 긴장과 불안이 토핑처럼 올라가 있다.

코로나 이후에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노래에 나오는 그 날 ― '머리가 짧아졌네', 생각했지만 정작 머리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 이 마지막이었다. 노래를 썼다는 얘기도 하지 못했다. 확산과 재확산에 만남이 계속 미뤄졌다.

말하지 않는 것도 좋지 않을까. 특별히 생각한다는 것이 그에게는 부담일 수 있으니까. 딱히 낫고 바르지 않은 자신을, 낫고 바르다 추어올리곤 그 앞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버릇 없는 고백을 받은 기분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