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동에 있는 '평택 고여사 냉면'에서 물냉면을 먹었다. 자꾸 생각나지만 처음 먹었을 때의 감동은 없다. 물 대신 주는 육수가 가장 맛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공연을 마쳤을 '시옷과 바람'을 꼬득여볼까 생각 했지만 근영 씨가 고기를 먹지 않는 게 생각나 연락하지 않았다.
연남장에 들러 빵을 샀다. '주파수, 서울'때 사먹었던 피낭시에와 약과가 생각났다. 훈련 중에 먹었던 맛다시 주먹밥 같은 걸지도 모른다. 진짜 배고플 때 먹었던 것이라 계속 생각이 나는. 약과는 이제 팔지 않는다고 했다. 피낭시에와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샀다. 요즘 바스크 치즈케익이 너무 좋다.
연남동엔 사람이 너무 많았다. 정신이 사나웠다. 땀이 나고 더웠다. 인도가 꽉 차 도로를 걷다시피 해야겠다. 버스를 타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버스에 사람이 많다한들 이 정도는 아닐텐데. 날씨가 좋아 다들 밖으로 나왔나 보다. 코로나로 밀려 있던 약속들이 몰린 것일지 모른다. 사람이 없는 골목을 골라 조금 돌아갔다.
단편선씨가 센터장을 맡고 있는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스퀘어는 합정역 3번출구 앞에 있다. 효성에서 지은 커다란 주상복합*의 지하 전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 겨울 근처에 있던 합주실을 다닐 때 매번 지나쳐왔던 곳이다. 항상 공사중이었는데 어느새 완성이 되었고 심지어 단편선 씨가 일을 한다. 삽을 뜰 때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사무실에 앉아 표를 만들었다. 대중성, 음악성, 진정성 세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집 대설주의보를 기준으로 삼았다. 대설주의보는 6, 6, 6 점으로 평균 6점 얻었다. 점수를 매기는 과정을 인스타라이브로 내보냈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가장 오래있던 것은 아롱 씨와 민우 씨였다. 항상 고맙다. 1시간이 넘자 방송은 자동종료 되었다.
점수를 매기다보니 어느새 '진정성'은 천용성이 좋아하는 정도를 가리키는 점수가 되었고 '음악성'은 단편선이 좋아하는 정도를 가리키는 점수가 됐다. 득점 순으로 곡을 정렬했다. 점수가 낮아도 진짜 맘에드는 것은 Super Pass로 살렸고 점수가 높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은 Super Fail로 Kill했다. 왠지 점수가 의미 없어진 기분이었다.
단편선 씨는 가끔 문서로 만들지 않아도 될 것을 문서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처음에는 ―본인의 커리어와 대척점에 있는 ―어떤 경영학적 프로페셔널함을 추구하려는 욕망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오래 어울리다보니 알게 되었다. 단순히 적어두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하는 체질이기 때문에 생긴, 생존을 위한 습속이라는 것을.
클럽 빵에서 공연을 마친 유동씨가 합류했다. 고득점한 곡들을 들려줬다. 구린 노래를 들려줘 놓고 답정너처럼 군 것은 아닐까. 모두를 어렵게 만든 것은 역시 〈안철수〉였다. 단편선 씨는 모독죄와 명예훼손죄의 형량을 찾아봤다.
근처를 배회하던 호진 씨를 만나 '그리운 금강산'호프에 갔다.
*효성에서 기부하고 서울시가 채납한 것이라 한다. 건물 1층에는 BMW 매장이 있는데 단편선 씨랑은 참 어울리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그는 어린 시절 맥도날드를 가지 않았다고 한다. 좌파는 그래야 한다 생각했다고.
**나에게 시키는 것은 아니니 불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