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척 초라해졌다. 음악은 저런 사람이 해야 되는 것 아닐까. 내가 뭐라고 여기서 돈 받아가며 노래를 하고 있는 걸까. 작년 서울여대에서 황푸하 씨의 공연을 처음 봤을 때, 올해 초 '새해의 포크'에서 정밀아 씨의 공연을 봤을 때*의 마음과 비슷했다. 그래도 그때는 위안 삼을 수 있었다. 둘은 활동도 오래 했고 음반도 많이 냈으니까. 나도 열심히 하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예은 씨는 20대 초반이고 이제 막 시작한 사람이었다. 아무 변명도 할 수 없었다.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새해의 포크'를 마친 다음 날, 2집 제작을 결심했다. 좀 더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