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포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강연에 리뷰어로 참여하였다. ‘1인 아티스트를 위한 브랜딩 전략 워크숍’. 강사는 차우진 평론가였다. 이 글은 강연과 함께 했던 생각들을 정리한 것이다.

브랜딩이 필요하다 말하기 위해서는 브랜딩과 성공사이의 관계를 먼저 입증해야 한다. 둘 사이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브랜딩과 성공을 측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각각 정의하고 조사하여 통계적 결과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브랜딩을 정의하고 측정하기란 쉽지가 않다.

브랜딩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개 연구보다는 사례에 호소한다. 문제는 브랜딩의 성패는 기업에 성패에 따라 판정된다는 것이다. 성공한 기업의 브랜딩은 잘 된 것으로 평가받고, 실패한 기업의 브랜딩은 못 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역으로 브랜딩의 성패가 기업의 성패를 판정 지은 것처럼 말하곤 한다.

브랜딩은 성공의 수 많은 변수 중 하나일뿐이다. 몇해 전 크레용팝이 성공했다 평가 받았을 때, 사람들은 브랜딩을 포함한 그들의 모든 것에서 성공비결을 찾았다.* 하지만 그들은 금새 사라졌다. 긍정적인 이미지와 느낌, 아이덴티리를 각인시키는 데* 성공하고도 금새 사라져버린 것들은 수도 없이 많다.

방시혁이 빅히트를 시작할 당시 그는 이미 수많은 히트곡을 가진 성공한 작곡가였다. 창업에 필요한 자원을 끌어올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 우리에게 없고 그들에게 있는 것은 브랜딩이 아니라 다른 것 아닐까. 강연을 들어도 가질 수 없고, 오늘-내일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그런 것.

예술이 평판 비즈니스*가 된 것은 시장이 왜곡되었기 때문이다. 이름만 들으면 모두 아는 유명 가수가 음반으로 돈을 못 벌고 속칭 ‘업소’를 뛰어서 돈을 벌었을 때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가 거둔 수입이 ― 몇 억을 벌었던 들, 몇 십억을 벌었던들 ― 아니라 예술비지니스계에 만연한 부당한 수익분배나 강탈, 착취다.

브랜딩의 범람은 결국 평판비지니스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평판이 중요하면 중요해질수록 작품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것은 자본 조달이 가능한 몇 안 되는 거대 기업뿐이다. 나와 친구들은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마스터링은 직접하고 100만원을 인스타에 넣자” 하는 식.

포장은 쓰레기를 만든다. 매해 미디어에 새롭게 진입하는 사람의 숫자는 대개 정해져있다. 성공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것이고 투입 된 돈과 노력은 모두 사회적 비용이 될 것이다. 사회를 좀 더 낫게 하는데 쓸 수 있었을 노력과 돈이 거대 미디어, 유튜브, 인스타그램-페이스북에 흘러들러가는 것이다.

창작물의 성격은 브랜딩의 방향을 제한한다. 〈범 내려온다〉는 한국관광공사의 영상에 등장할 수 있다. 하지만 〈김일성이 죽던 해〉도 그럴 수 있을까. 수용자는 브랜딩의 방향을 제한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나와 내 음악을 해석한다. 브랜드는 언제나 'ed'된다. 'ing'은 환상에 불과하다.

기획에서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원할 것이라 여겨지는 느낌과 이미지, 아이덴티티를 음악적으로 구현할 능력이 없다. 그저 흘러나오는대로 만들 뿐이다.

모든 사기꾼은 브랜딩의 귀재다. 브랜딩의 귀재가 모두 사기꾼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가끔 그렇게 느끼곤 한다.

*브랜딩 정의 네이버 지식백과
**크레용팝 세종대 브랜딩
*** 차우진에 따르면, "예술가가 작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오해다. 작품은 돈이 되지 않는다. 작품을 통해 얻은 평판이 돈으로 전환 된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