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문화재단에서 기획한 강연에 리뷰어로 참여하였다. 이 날의 주제는 커뮤니티 기획이었다. 강사는 축제·공연기획자로 문화예술계에 진입했고 예술경영대학원 쌓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카카오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 커리어를 이어왔다. ‘낯선대학’ 등의 커뮤니티를 운영한 바 있으며 현재는 컨텐츠&커뮤니티 기획사를 운영하는 동시에 여러 기업에 출근하고 있다.
강연은 좋고 나빴다. 강사는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자세하고 솔직하게 적당한 속도와 어조로 말해주었다. '차이나는 클라스'나, '명견만리', '강연 100℃', 'TED'의 한 편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양질의 콘텐츠였다. 하지만 그의 경험들은―유·무형의 자본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었고 예술인-커뮤니티라는 다소 특수한 형태의 모임 기획까지는 포괄하지는 못하는 듯 했다.*
개인적으론―그래서 리뷰에서는 밝히지 못했지만―경영학에 대한 혐오를 강화하는 시간이었다. 강사는 석사과정에서 본인의 'Outgoing'한 성격과 그것으로 쌓은 인맥이 커리어에 도움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은 뒤집어 말하면 (예술)경영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이며 배움보다는 만남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경영학은 신기한 학문인데, 학문을 모욕할 때 학과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점에서 그렇다.
경영의 목표는 이윤 추구이며, 이윤을 얻을 수 있다면 상품의 질은 중요치 않다.***** 별 기능 없는 제품은 '본질에 충실했습니다'라고 포장하며 쓸모 없는 기능만 많은 제품은 '리즈너블한 프라이스의 올인원 제품'이라고 포장한다. 나쁜 물건을 팔았을 때의 이득은 사회적 손해로 고스란히 전환된다.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영가들은 언제나 '훌륭한 음악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게 아쉽다' 말하며 ―그들이 경영이라 포장하는 협잡과 은밀한 수단을 통해― 나쁜 음악을 팔아 넘긴다.
*그것은 강사가 아닌 기획단의 잘못이다. 축구장에 '레프 야신' 대신 '야신 김성근'을 부른 격이다.
**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연고주의라고 배워 온 나로서는 저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낯이 뜨겁다.
*** 나이든 기업가들이 하나 같이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받는 것을 생각해보면 딱히 놀랍지도 않다.
***** 장기적으로 그것이 이득이라는 계산이 섰을 때만 그들은 상품의 질을 따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엔 장기전망도 계산능력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