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좋지 않다. 비오는 날 축구를 하다 다쳤다. 연골판이 찢어지고 연골이 깨졌다. 쉬어도 낫지 않았다. 공을 차면 한 달 동안 부어 있었다. 반대편 다리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일년 뒤, 남은 무릎마저 망가졌다.

달리는 법을 잊었다. 벅차다는 말은 상징으로만 남았다. 버스를 따라가지 않는다. 깜빡이는 초록불에 건너지 않는다. 주저 앉는 화장실은 쓰지 않는다. 닿는 일을 감수하며 승강기를 탄다. 도망칠 수 없다는 게 종종 무섭다.

삶은 불안해졌다. 어떻게든 먹고 살 수 있을 거라 항상 생각해왔다. 짐을 쌓든 짐을 나르든 어떻게든 죽지는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 길은, 뼛조각과 함께 사라졌다. 덩치는 산 만한 게 그것도 못 드냐, 소리도 이제 들을 수 없다.

새 앨범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무릎이 내 삶의 은유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