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것이다, 나의 음악 실력에 대해서는. TV에 나오는 음악가들처럼―예를 들어 선우정아 씨나 박문치 씨처럼―"알앤비를 만들어볼까?" 뚱땅뚱땅, "재즈를 만들어볼까?" 뚱땅뚱땅, 그런 건 전혀 할 수 없다. 나는 오로지 할 수 있는 것만 할 수 있다. 《김일성》의 소개글에서 자아를 파는 일이라 했던 그것만.
학교를 마치고 군대를 갔다. 군대를 마치곤 갈 곳이 없었다. 여기저기로 도망치다 이곳에 닿았다. 무능했다. 아무도 내게 용역을 요구하지 않았다. 자아를 팔아야 했지만 덕분에 남은 것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의미없이 머리를 조아리지 않아도 됐고, 절박함을 뽐내지 않아도 됐다. 무능해서 조금 다르게 살 수 있었다. 바라던 삶을 찾은 것도 같았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불안하다. 씬은 커다란 비닐하우스다. 자생이란 신화에 가깝다. 운 좋게 틔운 싹을 지켜내기 위해선 기관과 기관의 대리인에게 열정을 뽐내야 한다.* 지원엔 언제나 댓가가 따른다.** 굴종. 면접관은 지원자 누구의 음악도 몰랐다. 그의 유일한 요구는 이것이었다. 자신이 뽑혀야 하는 이유를 말해보세요.
삶은 조만간 무너질 것이다.
* 「청춘마이크」참조.
** 노래를 하는 것도 좋다. 증빙자료를 모으고 보고서를 쓰는 것도 기쁘게 할 수 있다.
***「면접」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