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옷과 바람'을 좋아한다. 둘은 나보다 훨씬 나은 음악을 한다. 가끔은 나보다 '시옷과 바람'이 좋다. 이런 저런 자리에서 가능한 많이 애정을 표했지만 마음을 전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둘이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엔 부담스러워 할까봐 표현을 살짝 자제하는 중이다.
'시옷과 바람'에게도 말했지만, 정말 좋아서 "정말 좋다" 말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좋다. 좋지 않은데 "좋아요"라고 할 일, 혹은 듣지도 않고 "좋아요"라고 할 일이 짧은 활동기간에도 의외로 꽤 많았으니까. 빈말도 거짓말도 강요 않는 둘 앞에선 마음이 항상 편하다.
내 음악을 좋아하고 말고는 나와 관계를 맺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이런 저런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내 친구 대부분 내 음악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음악을 별로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을 나는 더 좋아하는데, 그런 종류의 '솔직함'은 관계를 증명하는 말임과 동시에 관계를 시작하는 ― "오늘부터 1일이다" 같은 ― 말이기도 하니까.
사람들의 평을 믿지 않는 편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들은 음악에 너무 관대하고 무심해서 20점에서 80사이의 구간이 전부 '좋다'로 묶어버린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엄격해서 95점 이하는 모두 '구리다'로 묶는다. 그들의 평가를 내 식으로 환산하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다. "좋다" 그러면 좋은가보다, "구리다" 그러면 구린가보다. 자연스레 넘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이건 내 입장이다. 나는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규범과 예절을 충분히 준수하고자 하는 선량한 시민이며,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을 향해 서 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앞을 보고 서 있는 에듀케이티드 키즈다. 때문에 오늘도 열심히 ― 소위 시절 매일 아침 거울을 보고 경례를 연습했다던 연대장처럼 ― 연습을 한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노래 정말 좋아요", "잘 들고 있어요", "영광입니다", "내년에 상 타실듯"
P.S 하지만, 그때 당신에게 했던 말들은 진심이었어요. 믿어주세요.
*김학선 씨와 했던 인터뷰에 잘 나타나 있다.
**며칠전 통화한 엄마는 심지어 "너가 어떻게 음악으로 돈을 버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가 안 돼"라고 말했다.
***통영출신의 공연기획자 김호진 씨는 요즘들어 부쩍 "천용성 앨범 별로다"라는 말을 자주하는데 진심이든 아니든 어느쪽으로도 기분이 좋다. 진심이면, 우리가 친구가 된 것 같아 좋고, 거짓이면, 내 음반을 좋아하는 것 같아 좋다. 하지만 그의 말은 아마 진심일 것이다. 왜냐면 얼마전, 본인이 기획했던 공연 포스터가 잔뜩 붙어있는 그의 방 가장 낮고 구석진 곳에서 '천용성 쇼케이스' 포스터를 발견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