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로 7017*에서 노래를 했다. 원래는 관객이 있는 공연이었으나 광화문집회 이후 코로나가 재확산되며 비대면 공연으로 변경되었다. 관객 대신 관객의 이름이 적힌 식물-관객*을 놓고 그 앞에서 노래를 했다.

노래를 마치고 짧은 인터뷰를 했다. "평소 식물을 좋아하시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우물쭈물 댔다. 어떤 동물은 좋아하고 어떤 동물은 싫어하듯, 어떤 식물은 좋아하고 어떤 식물은 싫어한다. 어떤 때는 좋지만 어떤 때는 싫다. 좋아함에도 T.P.O는 있다.

그는 아쉬워했고, 나는 후회했다. 그의 바람처럼 좋아한다 말하고 몇 가지 구체적인 종을 들면 좋았을 것을. 혹은 좀 더 운치있게 T.P.O를 곁들여 말했어도 좋았을 것이다. "요즘 같은 가을 날에는..." 명령 혹은 청유는 종종 대답할 수 없는 종류의 질문으로 다가온다. 멍청하게도 그것을 깜빡했다.

억울한 감이 없지는 않다. 우리가 하는 건 연애가 아니라 일이었으니까. 밀고 당김 없이, 원하는 것을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충분히 진실되게 거짓을 말할 수 있었을 텐데.

*서울역 앞 고가도로가 있었다. 2000년 이후 실시한 여러 안전검사에서 지속적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차량 운행이 금지 되었다. 2017년 이것을 보행시설로 전환하여 개장한 것이 서울로 7017이다.
**나는 이 표현이 입에 잘 붙지 않는데 '식물'은 무력이나 무기력을 나타내는 접두사처럼 사용되는 것 같아 그렇다. 조심스럽지만 식물인간이라는 표현이 있고, 대학 1,2학년 때 학교재단은 '식물재단'이라고 욕을 먹곤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