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엔 시설과 인력이 필요하다. 시설과 인력엔 돈이 필요하다. 돈을 벌어다주지 못하는 나는 되도록 조용히 지내고자 한다. "네, 좋습니다." 리허설은 언제나 금방 끝낸다. 아무쪼록 소리만 나면 된다는 입장. 하지만 주최 측이 ― 기획자나 공연장 ― 이 나와 같은 마음가짐이면, 그건 꽤나 곤란하다. 돈이 아니라 관심이 없을 떄, '영상'*이나 '귀찮음'에 순위가 밀릴 때, 오래 전 숨겨둔 기행의 욕구가 되살아난다.
*영상을 이어붙이기 좋게 템포에 맞춰 연주하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나중에 듣기론 재즈 음악가들에게도 동일한 요구를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