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발매 후 꽤 많은 인터뷰를 했다. 몇 번이 '꽤'인지 정량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1집 가수의 평균 인터뷰 횟수' 같은 통계는 없으니까. 많은 질문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데에서 다만 생각할 뿐이다. "나올 얘기는 다 나왔구나"

인터뷰의 결과는 불평등하게 분배된다. 기사는 매체에게, 임금(혹은 고료)는 면접자에게. 내게 남는 것은 올릴 '꺼리'와 측정 불가능한 홍보 효과 뿐이다. 지푸라기도 아쉬운 나는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부당한 관습의 부역자가 된다.

셀 수 있는 보상을 포기하며 시작한만큼, 셀수 없는 보상이라도 얻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자리에 나간다. 좋은 질문, 성실하고 솔직한 대답, 전략적인 편집이 이뤄진다면 인터뷰도 문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미처알지 못한 나를 발견하는 계기가 되지는 않을까.

철없는 기대였다는 것을 확인하는데는 오래걸리지 않는다. 많은 곳에서 답했던 질문을 다시 받는다. 일부러 어제와 다른 대답을 한다. 그는 내가 어제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어제의 말과 오늘의 말은 이어지지 못하고 어딘가를 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