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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일

천학주씨가 운영하는 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이하 머쉬룸)에 갔다. 7시가 살짝 되지 않은 때였다. 근처에 와서 살짝 헤맸다. 경비 아저씨한테 길을 물었더니 무작정 지하1층으로 내려가란다. 이미 내려 갔다 왔다, 근데 구내식당 밖에 없더라. 아무리 말을 해도 내려가면 있댄다. 실랑이를 들은 다른 경비 아저씨가 와서 목적지를 물었다. "따라 오세요". 녹음실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녹음실이 있었다.

천학주씨와 인사를 했다. 이름만 보고 듣다 실제로 만나니 신기하고 반가웠다. 부스에선 피아노 조율을 하고 있었다. 지완씨에게 커피를 권했다. 지금까지 까페에 있다 왔지만 그래도 먹을 수 있다고. 지완씨는 스케쥴이 꼬여 4시부터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다시 모인 이유를 설명했다. "진짜 피아노로 다시 녹음하고 싶어서요." 우리는 이미 5월 21일 '마지막 녹음'을 한 적이 있었다. 피아노조율 산업기사 민선생님은 본인의 조율과 피아노 수리를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소리가 두 배는 좋아졌을 거라고 자신했다.

지완씨는 피아노와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단편선씨가 오고 민선생님은 갔다. 솔로를 연습하는 지완씨에게 말했다. "기세가 좋네요." 단편선씨도 동의했다. "정말, 기세가 좋다." 녹음을 시작했다. 어떤 코드를 쓸 것이냐로 잠깐의 실랑이가 있었다. 나는 ― 학주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 "와장창"을 원했고 단편선씨는 매우 단호하게 "안 돼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일단은 "말이 되는" 코드로 녹음을 받았다. 다들 "와장창"은 별로라고 해서 다시 녹음 하지는 않았다. 솔로는 "기세 좋게" 녹음 했다. "혹시, 기생충 보셨어요?" 지완씨가 물었다.

'손오공마라탕'에서 마라탕과 마라샹궈, 꿔바로우와 물만두를 먹었다. 2차에서는 맥주와 양파튀김을 먹었다. 오디오 편집 노하우 실전팁을 전수 받았다.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녹음도 좋았고, 녹음실도 좋았고, 새로 만난 사람들도 좋았다. 다시 한 보람이 있었다. 돈과 시간과 인력을 들였는데 나아진 것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안 그래도 흔들리고 있는 멘탈에 직격타가 되었을 수도 있다. 나중에 또 음반을 내게 된다면 시작부터 머쉬룸에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기로 한 일을 미루고 자리에 누워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