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발매가 코앞이라 매일이 바쁘다. 중요한 것들만 간략하게 적는다. 여담이지만 나는 뉴스피드란 단어를 처음 봤을 때 도대체 '뉴 스피드'가 무엇인지 알수가 없어서 좌절했더랬다.
6월 2일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보고 아침에 잤다. 11시에 집을 나섰다. 12시 조금 넘어 공상온도에 도착했다. 공연 기획을 맡은 튜나레이블*의 호진씨가 먼저 와 있었다. 가게 문은 닫혀있었다. 보통은 12시에 연다고 하던대. 단편선씨가 왔다.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서 옆 까페에 갔다. 가게에는 고양이가 있었다. 나 말고 두 명 모두 고양이 알러지가 있었다.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겼다. 단편선씨는 돌체콜드브루, 나는 DCF돌체라떼, 호진씨는 아메리카노, 율범씨는 화이트초콜렛모카.
쇼케이스를 두 번 하기로 했다. 공상온도는 60석짜리 공간이라 텀블벅 후원자를 모두 수용할 수 없었다. 다른 장소로 변경 또는 다른 장소의 추가 섭외 등을 고려했으나, 공상온도에서 두 번 하는 것으로 결론 지었다. 비용이 백만 원 가량 더 들게 되었다. 7월 12일 금요일에 1차, 7월 19일 금요일에 2차 공연을 하기로 했다. '금-토', '금-일'보다는 '금-금'이 어감이 좋아서 그렇게 정했다. 일반 예매도 받기로 했다. 일반예매는 멜론을 통해 열 생각이다. 일단은 구색을 갖추고 싶다.
전시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단편선씨는 종교적 은유의 무언가를 전시하자고 했다. 성당 한 켠에는 ― 어느 성당이든 ―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과정을 그린 12개의 그림이 걸려있다고 한다. 그와 비슷하게 천용성의 사진이나 글 12개를 걸자고 했다. 반응은 미지근했다. 이외에도 여러 아이디어들이 있었다. 우리 집 옥상에서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찍어서 틀자는 것도 있었고. 나는 공상온도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알 지 못해서 그 아이디어가 좋다 나쁘다 말할 수가 없었다.
그 사이 문을 연 공상온도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가 문 앞을 서성일 때는 오픈 준비 중이었다고. 단편선씨는 '앞으로 나란히'를 하고 가상의 의자를 배치했다. "60명 들어가겠네". 무대 배치를 구상하고 라이브 셋에 대해 고민했다. 〈순한글〉이 문제였다. 연주로는 그 맛이 안 살고 엠알을 틀자니 분위기가 안 살고. 앨범에 참여한 음악가 대부분이 쇼케이스에도 나올 것 같다. 클라우드를 주문했다. 사장님은 나보다 훨씬 더 예술가 같은 차림새를 하고 계셨다.
믹스를 몇 곡 더 맡기기로 했다. 원래는 나와 단편선씨가 다섯곡을 믹스하기로 했었다. 그렇지만 시간도 충분치 않았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왼쪽 귀가 불편했다. 무거운 추를 달고 다니는 느낌이었다. 까페에서 나오는 노래를 듣는 정도도 힘들었다. 믹스는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오래 전부터 속을 썩여 온 〈딴생각〉의 스트링을 처리방법을 고심하느라 전 날 하루를 다 보냈다. 이런 저런 악기들도 구입해보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단편선씨가 컴퓨터 앞에 앉아 가믹스를 했다. 믹스하는 단편선씨는 참으로 즐거워 보인다. 게임기를 만지는 어린 아이의 눈빛 같은 게 보인다. 믹스의 방향을 대략 정한 후, 악명 높은 〈딴생각〉을 열었다. 어느 새 해질녘이 되었다. 마을 버스 타는 곳 까지 단편선 씨를 바래다줬다. 〈딴생각〉의 2절을 없애기로 했다.
*며칠 전 '튜나레이블'을 '튜나레코드'라고 잘못 말했다. 죄송합니다. '튜나테이블'이라고 부른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