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써 둔 글을 모아 『내역서』라는 이름의 책을 내기로 했다. 텀블벅 후원자들에게 증정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글을 계속 올리겠지만, 제작 일정 때문에 오늘까지의 글만 책에 실을 예정이다. 책 내부 디자인은 단편선씨가 맡기로 했다. 디자이너를 고용하기에는 돈이 충분치 못했다. 단편선씨는 화요일에 있는 '인디자인' 원데이클래스를 수강할 예정이라고 한다. 엽서에 이어 책까지 디자인하게 되었다. 팔방미인이라는 단어는 그를 위해 만든 것이 분명하다.

몇 가지 빠진 이야기들이 있다. 소림누나와 했던 오보에 녹음 이야기가 빠졌고, 〈사기꾼〉, 〈딴생각〉, 〈울면서 빌었지〉의 노래 녹음 이야기가 빠졌다. 좀 이따 써야지 했는데 아주 늦어져 버렸다. 늦게라도 마음을 먹었을 때는 기억이 흐려진 후였다. 개인적인 부침에 관한 이야기도 몇 개 빠졌다. 「가짜가수」라는 제목의 글과 「맘갈이」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있었는데, 마저 쓰지는 못했다. 계절이 바뀔 때쯤에 꽤나 우울했었다.

텀블벅이 생각보다 잘 됐다. 시작하기 전에는 얼마나 모일지 가늠이 안 됐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펀딩을 받지 못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하향지원을 했다. 첫날, 목표치의 두 배를 넘겼다. 둘째 날에는 세 배를 넘겼다. 며칠 전 지출 목록을 대강 작성했다. 총 제작비는 800-900만 원 선에서 정리될 것 같다. 식대나, 집계하기 어려운 잡비, 단편선씨가 개인적으로 부담한 비용들은 제외한 것이다. 이자로 나가는 지출 또한. 단편선씨를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어려운 사정을 봐주셨다. 모든 것을 정가대로 지불했다면 비용은 1500만 원 선까지 치솟았을 것이다. 이 앨범의 지분은 그분들 모두에게 있다.

대학을 졸업한 지 벌써 10년이 됐다. 예전처럼 많은 사람한테 연락하지는 못했다. 스스로 번호를 정리하기도 했고, 정리당하기도 했다. 그래도 한때 편하게 대화 나눌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최대한 소식을 전하려고 했다. 나는 옛사람들의 소식이 언제나 항상 궁금하다. 그들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말은 홍보지만 10년 만에 연락해 강매한 꼴이다. 즐거웠다. 대화를 나누는 내내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좋은 소식도 몇 개 들었다. 지은아 축하해. 보연씨 눈에는 이상해 보였을 수도 있다. 가수란 놈이 와서 실실 웃으며 카톡만 하고 앉아 있으니.

땡쓰투는 넣지 않기로 했다. 일단은 미관상의 이유로. 90-00년대 음반들을 보면 '~', '☆', '♡'같은 기호들로 점철된 땡쓰투와 스페셜 땡쓰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언제나 날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이!!! 넘넘 고맙다 ㅠㅠ" 같은 류의. 작품으로서의 커버에 잿물을 뿌리는 듯한 느낌이다. 고마움은 앨범 발매 후 개인적으로 전하고자 한다. 속은 모르겠지만 단편선씨도 땡쓰투는 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유가 하나 더 있지만 그것은 공개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왜 CD를 내느냐는 물음이 생각보다 많았다. 일단은 상징적인 이유에서. 둘째는, 경제적인 이유에서. 멜론 등을 통해 1곡을 스트리밍하면 저작권자에게는 대략 4원 정도가 떨어진다. 프로모션이나, 할인상품을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을 때 할인 분 또한 저작권자 등이 부담한다. 스트리밍은, 어지간해선 돈이 되지 않는다. 셋째는, 앞의 두 이유를 합친 것에 가깝다. "저 음반 냈어요, 들어보세요" 하면서 드랍박스 링크를 카톡으로 건넨다거나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손에 쥐는 무언가를, 선물로든 상품으로든 주고받고 싶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6월 2일에는 새벽에는 유에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볼 것이다. 점심에는 공상온도에서 회의를 할 것이다. 공연기획을 맡은 튜나레이블, 단편선씨와 함께. 회의를 마치고 우리 집으로 와서는 믹스본을 검토하고, 딴생각의 스트링 편곡을 할 것이다. 음원 발매는 계획대로 6월 24일에 이뤄질 것이다. 음반 발매는 7월 1일로 예정되어 있다. 음원-음반을 판매하는 거의 모든 곳에서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음원-음반 발매에 맞춰 믹싱, 마스터링, 프레싱, 뮤직비디오 제작, 심의, 저작권 등록 등을 해야 한다. 믹싱까지만 마치면, 부담이 많이 줄 것 같다. 당분간은 음악을 듣고 싶지 않다. 몇 주 전부터 왼쪽 귀가 아프다. 음악을 듣지 않을 때조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