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세 통 썼다. 한 통은 단편선씨께. 〈전역을 앞두고〉의 세 번째 수정본을 보냈다. 이제는 더 이상 수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다른 한 통은 요새 바빠 만나지 못한 친구에게. 생일 선물로 주려고 '서울의 밤'을 사뒀는데, 몇 달째 주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한 통은 오래전 멀어진 친구에게. 친구는 우리가 헤어진 것을 나의 탓으로 여겼다. 그래서 다시 연락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답을 받을 수 있을까? 새침은 내가 방금 지어낸 말이다.
매우 오랜만에 글을 쓴다. 한동안 글 쓸 마음이 없었다. 마음이 빠듯했다. 오늘은 용케 여유가 생겼다. 스스로를 과신한 덕이다. 점심에 레쓰비 연유 커피를 마셨다. 밤새 열심히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근데 이제 일은 하기 싫고, 잠은 오지 않는다. 마음만 떠 있다. 순서대로라면 지난주 토요일에 있었던 오보에 녹음에 대해 써야 하지만, 그것은 너무 일 같아서 쓰고 싶지 않다.
요새는 주로 오디오 편집을 하고 있다. 음정을 맞추고, 박자를 맞추는 일이다. 편집을 해서 단편선씨께 보내면, 단편선씨가 다른 분에게 코멘트를 붙여 전달한다. ROOM306의 허민(aka. FIRSTAID)씨가 〈동물원〉, 〈순한글〉, 〈전역을 앞두고〉의 믹스를 맡았고 머쉬룸 레코딩 스튜디오의 천학주씨가 〈대설주의보〉의 믹스를 맡았다. 편집이 어설퍼 일이 거칠어지고 있다. 스스로 만든 음악이라 그런지, 객관적으로 듣기가 쉽지 않다.
오늘은 보컬의 싱크를 맞추는 작업을 했다. Synchro Arts社에서 나온 Vocalign이라는 플러그인을 사용했다. 내 노래를 도마씨의 노래에 맞췄다. 도마씨와 같이 부르지 않는 부분까지 모두. 굳이 필요하지는 않은 작업이었지만 혹시 나아질까 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다시 튠하고 편집했다. 음정도 박자도 나아졌지만, 따뜻함이 사라져버렸다. 너댓시간 작업한 것을 결국엔 엎어버렸다.
낮에는 파운데이션을 사러 갔었다. 올리브영과 랄라블라에는 23호까지밖에 없었다. 24호나 25호가 필요했다. 근처에 있는 어퓨에 갔다. 톤과 색별로 제품이 나눠져있었다. 누드톤의 가장 어두운 제품(N06)을 샀다. 'VDL 퍼펙팅레스트 A04'과 '에뛰드 하우스 플레이 101 컨투어 스틱 듀오'도 구입했다. 홍현희씨의 컨투어링을 따라 하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여유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