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이 죽던 해〉는 2013년 자립음악생산조합 춘계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되었던 곡이다. 나와 햇수로 8년째 같이 살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 것이다. 친구가 오래 전 써두었던 글을 윤문하여 올린다.

1994년의 일이다. 김일성이 죽고 나서 북한과의 전쟁 위험으로 꽤 어지러웠다. TV는 전쟁과 김일성의 죽음을 보도하는 내용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쓸모없는 것을 알면서도 라면, 담배 같은 것들을 사 모았다. 조금의 희망이라도 잡기 위해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작고 까맣고 거기에 못생기기까지 했던 나는 같은 반 김다은이라는 친구를 좋아했었다. 나의 짝이었던 그 친구는 나를 무척이나 싫어했었다. 새 학년이 시작되고 얼마 안 돼서 그 친구의 생일이 있었다. 나보다 키도 크고 인기가 많았던 그 친구는 많은 선물을 받았다. 학교가 끝난 후, 선물을 준 친구들은 당연하다는 듯 모두 그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갔다. 난 가지 못했다. 선물도 주지 못했고 초대받지도 못했다. 난 '생일 축하해'라는 말도 하지 못한 못난이였다.

우리집은 가난했다. 친구의 선물은커녕 내 선물도 해주기 벅찰 정도로. 생일 선물을 못 줘서 파티에 가지 못한 거라고 울고 투정을 부렸다. 엄마는 내 손을 잡고 작은 문구점에 갔다. 사고 싶은 것을 사라. 난 인형을 샀다. 그제야 울음을 멈췄다. 인형은 줄 수 없었다. 생일파티에도 갈 수 없었다. 단지 인형을 샀을 뿐인데 기분이 좋았다. 다음날 그 인형을 들고 학교에 가서 그 친구에게 선물했다. 놀림을 받았다. 인형을 돌려받았다. 모두 희망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