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전에 써놓은 〈울면서 빌었지〉 소개 글을 발견하였다. 2013년 1월 4일 20시 41분에 최종 저장한 글이다. 상황에 맞지 않는 내용 일부를 제외하고 '13천용성체'와 '19천용성체'사이의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윤문하였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이국의 수식어로 멋을 내는 비평이 싫습니다. 개념의 과잉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싫습니다. 키치하고 식상한 장르 소개가 싫습니다. 조금 멋없어도 성실하게, 완연하게 곡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서 직접 소개 글을 썼습니다.
〈울면서 빌었지〉는 2008년 가을에 쓴 곡입니다. 대학교 3학년 때입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군청색 제복을 입고 등교했습니다. 교정 곳곳엔 제복의 행동을 주시하는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강의가 비면 눈을 피해 자취방으로 숨어들었습니다. 먼지 내린 건반 앞에 앉아 일관성 없이 이것저것 눌러댔습니다. 앞부분은 멜로디와 가사가 같이 나왔습니다. 후렴은 앞 가사에 맞춰 지어내듯 썼습니다. 몇 글자 다르지 않은 2절은 한참 뒤에 만들었습니다.
어릴 적, 저의 부모는 자주 싸웠습니다. 엄마는 작은 아들에게 항상 물었습니다. "엄마랑 아빠랑 이혼하면 누구 따라 갈 거야?" 더 어릴 때 기억도 있습니다. 6살이 채 되기 전입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 소리 내 울었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목청껏 울다 보면 윗집에 갔던 엄마가 다시 내려오곤 했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아 지쳐 잠드는 때도 있었습니다.
엄마의 옷장을 열어보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가방을 내려놓고 안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엄마는 옷이 많았습니다. 새 옷을 사는 날이면 저를 불러다 놓고 그 앞을 빙빙 돌았습니다. 저는 엄마가 집을 나간다면 그 옷들을 모두 가져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떠날 사람에게 옷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쯤엔, '떠남의 대처하는 자세'가 로드맵처럼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저는 거의 모든 것에 무관심한 어른이 되어 이렇게 노래를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