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썼다.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을 맞아 남한산성 아래에서 군사훈련을 받던 때에.
어쩌면 4학년 때일 수도 있다. 한여름은 논산에서 훈련을 받았고 다른 여름은 성남에서 훈련을 받았는데 그 순서가 정확지 않다. 확인하려면 할 수 있지만 굳이 하고 싶지는 않다. 잊고 싶던 기억이 잊히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야간 독도법 실습을 하던 때였다. 몇 명씩 짝지어 보물을 찾아오는 훈련이었다. 우리는 기세 좋게 앞으로 나아갔고 몇 시간짜리 코스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해 있었다. 결승선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저 멀리 불빛들이 보였다. 산성 한켠에 있는 위락시설들이었다. 당에 굶주린 우리는 아무런 경계 없이 매점으로 향했다. 근처를 지키던 훈육관에게 들켜 낙제처리가 되었다.
그때 같이 했던 친구들 얼굴과 이름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멜로디와 가사쓰기는 어렵지 않았다. 훈련장을 오가면서, 행군을 하면서 멜로디를 계속 가다듬었다. 총 쥔 손가락으로 박자를 세 가며 마음속 노래를 불렀다. 말전초 불침번을 서고 침상에 누워 뜬 눈으로 가사를 썼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을 생각하면서. 동물권에 대한 글을 봐서였을까. 밖은 이미 충분히 밝았고 잠은 자지 못했다.
기록할 곳이 마땅치 않은 게 조금 힘들었다. 어제 부른 노래가 달랐고 오늘 부른 노래가 달랐다. 1절까지 완성한 이후에는, 잊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했는데 성공했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의 〈동물원〉은 그때의 〈동물원〉과는 전혀 다른 노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