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이 죽던 해〉 기타를 녹음했다. 세 번째 도전이었다. 첫 녹음은 템포 문제 등으로 폐기했다. 2월 21일에 두 번 째 녹음을 시도했다. 연습 부족 등의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다. 대망의 3차 시기. 기타 줄은 엘릭서에서 가장 얇은 제품으로 갈았다. 왼손 운지가 매우 편해졌다. 코드 변경을 할 때 풀링오프 하는 것처럼 나던 잡음들이 많이 사라졌다. 오른손은 가벼워진 것도 같았지만 큰 체감은 없었다.
녹음은 길다가 짧았다. 처음에는 완벽하게 치려고 했다. 전주만 수십 번 치고 그중에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1절을 녹음하려고 했다. 수차례 시도에도 이렇다 할 만한 걸 못 건졌다. 녹음이 길어지고 있었다. 오퍼레이팅을 하던 단편선씨가 "기준을 정해야겠는데?" 하더니 부스 안으로 들어왔다. 단편선씨는 내게 엘리엇 스미스 등 포크 명곡을 들려줬다. 여기도 틀렸고 저기도 틀렸다. 이건 시작하자마자 틀렸다. 근데 아무도 기타 못 친다고 하지 않는다. 모든 걸 다 잘 칠 필요 없다. 4, 5, 6번 줄의 리듬만 무너지지 않으면 된다. 다시 해보자. 그다음 녹음은 딱 두 번 치고 끝냈다.
틀린 게 많았다. 4번 줄을 치려던 엄지손가락이 5번 줄을 치려던 소리, 코드를 살짝 집어서 나는 소리. 그래도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딱히 거슬리지 않았다. 단편선씨는 "우리가 함춘호가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게 어려웠던 것 같아"라고 말했다. 녹음에는 DPA4011 마이크에 AMEK9098프리앰프를 사용했다.
기타 녹음이 끝나고 휴식 겸 점심식사를 했다. 강남면옥에서 갈비탕을 먹었다.
목 상태가 좋지 않아 노래 녹음은 하지 못했다. 대신 쉐이커와 탬버린을 녹음했다. 기타로 베이스-기타도 녹음했다. 통기타를 베이스처럼 친 다음에 한 옥타브를 내렸더니 그럴듯한 소리가 났다. 통기타, 나일론 기타, 전기 베이스, 세 대로 다 녹음을 해봤다. 한 옥타브 내린 나일론 기타가 가장 콘트라베이스 같았다. 이것으로 쓸지, 베이스 선수를 섭외할지는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