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에 일어났다. 샤워하러 나섰다가 보일러만 켜놓고 다시 방 안으로 들어왔다. 15분 타이머를 맞춰놓고 이불 속에 웅크려 있었다. 다시 잘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스타벅스에서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히비스커스 티를 사서 녹음실로 갔다. 집에서 수정한 프로툴 세션을 컴퓨터로 옮겼다. 〈김일성이 죽던 해〉 세션을 만들고 클릭을 조정하려던 때, 단편선씨가 도착했다.
단편선씨는 클래식 기타를 들고 〈난 이해할 수 없었네〉를 연습했다. 며칠 전 연주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직 손에 익지 않아서 중간중간 멈칫하는 부분이 있었다. 연습을 하며 템포는 어떻게 할지, 녹음은 어떻게 할지를 상의했다. 단편선씨는 보컬과 함께 원테이크로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기타와 보컬을 서로 다른 부스에서 녹음 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A룸에서 같이 녹음하는 것으로 준비했다. U87은 보컬에, C414와 DPA4011은 기타에 설치했다. 414와, 4011 중 어떤 마이크가 좋을지 몰라서 두 개 다 받기로 했다. U87은 P2 프리앰프를, 나머지 마이크에는 9098을 사용했다.
곽푸른하늘씨는 은색 티볼리를 타고 왔다. 무척 멋있었다. 신고 있던 하얀 에어맥스도 예뻤다.
기타와 보컬을 따로 녹음하기로 했다. 원테이크로 가다간 녹음이 매우 길어질 것 같았다. 단편선씨가 먼저 기타를 들고 부스에 들어갔다. 푸른하늘씨가 컨트롤룸에서 가이드 보컬을 불렀다. 템포는 없이. 총 다섯 번 정도 나눠서 녹음했다. 중간중간에 박자가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이 있었다. 듣기에는 어색하지 않았는데, 노래 부를 때 조금 어려울 것 같았다. 단편선씨는 "'곽푸' 잘 할 수 있지?"하고 넘어갔다. 후렴 부분이 느려지는 감이 있었지만 어색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편선씨 말대로, '곽푸'는 정말 잘했다. 두 테이크 만에 녹음을 끝냈다. 펀치 없이. 단편선씨는 첫 테이크도 매우 좋아했다. 남기는 걸 안 좋아하는 성격인 단편선씨가 첫 테이크도 지우지 말고 남기자고 말했다. 푸른하늘씨가 노래하는 내내 단편선씨는 "정말 잘한다"며 끊임없이 칭찬했다. 단편선씨는 푸른하늘씨가 노래 부르는 모습을 찍어서 인스타에 올렸다. 힙한 것만 좋아하는 '모임별'이 좋아요를 눌렀다고 좋아했다. "다 됐다으니까 나오세요"하는 말에 푸른하늘씨가 살짝 놀라 했다. 코러스를 한 트랙 더 녹음하고, 전에 녹음해둔 노래를 셋이 같이 들어봤다.
녹음 전 쉬는 시간에 푸른하늘씨가 기타를 잠깐 연주했다. 엄청난 실력이었다. 〈김일성이 죽던 해〉의 기타를 쳐보지 않겠느냐며 은근슬쩍 제의해봤다. 앞으로는 함춘호씨를 '남자 곽푸른하늘'이라고 불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