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역에서 단편선씨를 만나 합주실로 향했다. 써니뮤직스튜디오라는 곳이었다. 단편선씨는 전에 와본 적이 있다고 했다. 사당역 근처에 어쿠스틱피아노가 있는 합주실은 여기밖에 없는 것 같다며. 사무실에 들러 펜을 빌렸다. 관리자는 콘트라 베이스를 연습하고 있었다.
피아노 주자 가희씨는 미리 도착해 있었다. 셋이 모이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지난 6월 유재하가요제에 쓸 영상을 찍기 위해 만난 후 처음이었다. 벌써 8개월 전이다. 단편선씨는 마실 것을 사러 나갔다. 나와 가희씨는 그 사이 짧게 근황을 나눴다. 해외에 다녀온 이야기, 앨범 준비하는 이야기. 피아노 조율이 엉망이었다. 나는 들어도 몰랐지만.
다음 날 녹음할 세 곡을 하나씩 맞춰봤다. 〈울면서 빌었지〉는 금방 끝났다. '음', '역시 잘 치는군' 하는 느낌이었다. 〈딴생각〉은 템포에 맞출지 자유롭게 갈지.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빨라지고 느려져야 할지, 강해지고 약해져야 할지를 정하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사기꾼〉은 "뇌내 망상으로 쓴"(단편선 曰) 곡을 어떻게 실제로 연주할지가 관건이었다. 역시, 템포와 박자를 정하느라 시간이 걸렸다.
6시쯤 마무리 짓고 나왔다. 다 같이 사당역으로 걸어갔다. 두 음악인은 좋은 음악을 공유했다. 가짜가수는 별생각이 없었다. 사당역 마리왕에서 꼬마김밥을 사서 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