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장에 도착했다. 1시였다. 이른 리허설을 마치고 여기저기 오가며 시간을 보냈다. 예정대로 3시에 무대에 올랐다. 관객은 많지 않았다. 티켓팅이 늦어지고 있다고 전해들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좋았다. 떠벌리거나 자랑할 만한 실력은 아니니까. 큰 실수 없이 무대를 마쳤다. 작은 실수는 있었다.
몇 분에게 싸인을 해드렸다. 아이패드에 하는 싸인은 처음이었다. 신문물을 접하면 살짝 주눅이 든다. 헬스장에서 근육맨을 만났을 때 기분과 비슷한 것 같다. 가을씨에게도 싸인을 해드렸다. 싸인 CD를 이미 갖고 있지 않냐고 물었다. 답을 해주셨는데 정신이 없어서 잘 듣지 못했다. 들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가을씨는 벌써 세네번 본 것 같다. 여러가지로 고맙다.
공연을 마치고 음향보조로 일했다. 줄을 감고 풀고, 선을 꼽고 뽑고, 스탠드를 세우고 접고, 마이크를 달고 빼고, 의자를 올리고 내리고, 악기를 올리고 내리고. 빠릿빠릿하게 하려고 했는데 오퍼레이터의 마음에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라이브 음향은 언제나 보조 쪽이 좋다. 부담이 없다.
연희예술극장에서 뒷풀이를 했다. 정리가 늦게 끝나서 뒷풀이도 늦게 시작했다. 술이 몇 잔 들어가니 자연스레 랏도 규탄 대회가 시작 되었다. 랏도 씨가 "용성 씨랑 저랑도 친구잖아요" 하길래 "일로 만난 사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게 말하고 나니 왠지 친구가 된 것 같았다. 창근씨가 팔다 남은 양갱을 싸줬다. 열지 않은 양파닭 한 상자를 들고 택시에 탔다. 기사님은 아무말 없이 창문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