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는 마포역 인근에 있었다. 12시 40분쯤 스튜디오 건물 앞에서 단편선씨를 만났다. 단편선 씨는 편의점에서 소세지와 삼각김밥을 사 먹었다. 나에게 진짜로 안 먹을 거냐고 수차례 물어봤다. 진짜로 먹지 않았다. 옛 사람들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섭외는 지난 주 화요일에 이뤄졌다. 홍대에서 메이크업과 헤어를 마치고 타다를 타고 국민대로 가고 있었다. 오른편에 보이는 산 밑 동네가 어디인지 찾고 있었다. 인스타그램 알람이 떴고, 본인을 안승준 씨라 밝힌 인스타그래머와 대화를 나눴다. 원래는 단편선 씨를 통해 연락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그가 준 명함으로 연락을 했더니 '없는 번호'로 뜨더라. 그래서 직접 연락을 했다.
17층으로 올라갔다. 좁은 복도 양 옆으로 사무실이 빼곡했다. 약속 시간은 1시였다. 스튜디오 앞에서 문을 두드렸다. UMC 씨, 안승준 씨, (보드카 레인에서 드럼을 치시는) 민정수석님과 인사를 나눴다. 창밖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문학이 오랫동안 공들여 욕해왔던 회색빌딩이 꽤나 아름다웠다.
이야기는 부동산 쪽으로 넘어갔다. 경치에 비해 임대료가 싸다고 했다. 단편선 씨는 자기 사는 집의 매매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안승준 씨는 '없는 번호' 이야기를 했고, 단편선 씨는 뚱뚱한 지갑에서 새 명함을 꺼냈다. UMC씨는 담배를 태우시냐고 묻더니, 말끔하게 가공 된 파란 원기둥 모양의 금속 재떨이 꺼내 주었다. 소품 하나하나 신경 쓴 스튜디오였다.
녹음을 시작했다. 두 MC의 기운이 대단했다. 괜히 주눅이 든달까. 여러 질문을 받았지만 제대로 한 대답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모르겠다" "그냥" "생각없이" 정도로 답했다. 사기꾼 이야기를 하다가 대희 얘기를 했다. 하지 않는 게 좋았을까? 하지 못할 이야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대희가 들으면 싫어할 것이 분명하니까.
녹음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원래는 CD를 선물하려고 했는데, 깜빡하고 집에서 갖고 나오질 않았다. 택배로 보내기로 하고 연락처를 받았다. 넷이서 다같이 기념사진이라도 찍을 껄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부끄러워서 말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