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쯤 일어났다. 같이 사는 친구가 밥을 차려놓고 꺠웠다. 마트에서 사 온 부대찌개를 먹었다. 허영만 씨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부대찌개였다. 맛은 없었다. 짜고 맵기만 했다.
식사를 마치고 약을 먹었다. 비염으로 일주일 전 쯤부터 고생중이었다. 3일치 약을 다 먹고, 일주일 치를 더 지어왔다. 처방일이 길어진 대신 알약 갯수가 줄었다. '나조넥스 나잘스프레이'라는 것도 처방받아 왔다. 1일 1회 사용하는데, 한쪽 콧구멍에 두 번씩, 그러니까 총 4번을 뿌려야 한다. 설명서에 그렇게 나와있다.
왼쪽 머리가 아팠다. 친구는 별 증상이 없었다. 부대찌개는 용의선상에서 제외했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타이레놀을 먹었다. 역시나 별 차도는 없었다. 노래연습을 했다. 호진씨의 전화를 받았다. 혹시 공연 시간을 변경해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다른 아티스트에게 사정이 생겼다고. 승낙했다. 장사를 하지 않는 시간에 공연하는게 좀 마음에 걸렸다.
원래는 낙원상가에 들러서 스트랩을 사려고 했다. 귀찮아서 가지 않았다. 카페 언플러그드에는 3시 20분쯤 도착했다. 리허설은 딜레이 됐다. 원래는 3시 45분에 리허설을 하기로 했다. 청귤에이드를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얼굴을 아는 분과 인사를 나눴다. 동양고주파와 CD 세 장을 교환했다. 무니Moonee의 CD 두 장을 구입했다.
4시쯤 공연을 시작했다. 리허설은 별다를 것 없었다. 기타를 연결하고 소리나는지만 확인하고 바로 노래를 시작했다. 스탠드에 세워둔 기타가 쓰러졌다. 마음이 아팠다. 내가 똑바로 세워두지 않은 탓이다. 그렇지만 스탠드 탓을 하고 싶다. 허큘리스 아닌 스탠드는 공연장에서 모두 퇴출해야한다.
4곡을 불렀다. 노래는 여전히 못했다. 〈난 이해할 수 없었네〉를 특히 못 부른 것 같다. 〈대설주의보〉 때는 떼창 말고도 이런 저런 시도를 했다. 박수를 치게 하고, 거기에 맞춰 노래를 했다. 그렇지만 박수에 기타랑 노래를 맞추지 못해 망해 버렸다. 도와준 분들께 죄송하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웠다는 점에서 그래도 소득이 있었다. 관객은, 6명 정도로 시작해서 10명쯤 까지 늘었다.
장사 할 준비를 마치고 미지 씨 공연을 보러 내려갔다. 두 개의 마이크를 쓰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놀러 온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1층으로 다시 올라 갔다. 원래는 5시에 공연을 보러오려 했는데 시간이 바뀌는 바람에 공연을 보지 못한 친구다. 언제나 처럼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나눴다.
공연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바뀌어서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누가 이걸 보러 오겠어,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렇게 쉽게 생각하면 안 되겠구나. 또 하나를 배웠다. 6장의 CD를 팔았다. 옆 자리에 앉은 준성씨와 최신 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웠다. Vocalign을 소개했다. 뿌듯했다.
머리는 계속 아팠다. 뒷풀이는 가지 못했다. 집에 가서 치킨을 먹으며 토트넘 경기를 봤다. 레스터가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