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나왔다. 김포공항에 갔다. 몇 주 전 구입했던 연청 조거팬츠를 환불했다. 아침 약을 두고 온 것이 떠올랐다. 타고 온 버스를 다시 탔다. 동거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계단을 올라가 약을 챙겼다. 그때가 열한 시 반쯤. 약속은 열두 시였다.

강서구청에서 버스를 탔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GS25에서 산 인기가요 샌드위치를 한 쪽 먹었다. 가희씨한테 연락이 왔다. 벌써 도착했다고. 기차표를 바꿔서 정시에 왔다고 한다. 아무리 빨리가도 열두 시 반은 되어야 도착할 것 같았다.

그라운드 합주실 합정 1호점에 도착했다. 어쿠스틱 피아노가 있는 곳이 잘 없어서, 이곳을 찾는다. 처음 왔을 때는 합정점이었는데 어느새 1호점이 되었다. 합주실 사업(산업?)이 마냥 내리막길에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피아노 앞에 앉아 고민을 나눴다. "어떻게 치면 좋을까요?" 최대한 덜 치고 안 치는 게 요점이었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변화를 적절히 주는 것. 가희씨랑 만난 건 쇼케이스 이후 처음이다.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너무 뻔해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시간은 역시 빠르다.

이런 저런 패턴에 맞춰 노래를 불러봤다. 결론은 언제나처럼 "알아서 잘 쳐주세요." 이런 나의 요구에 가희씨도 익숙해졌는지, "저만 믿으세요."

가희씨는 친구를 만나러 갔다. 나는 스타벅스에 갔다. 두 시 반에 다른 약속이 있었다. 쿠폰으로 디카페인 돌체라떼를 먹었다. E-프리퀀시로 여름 선물을 받으려 애썼는데, 결국엔 받지를 못했다. 잔을 비우고 약속 장소로 이동했다. 계약서를 쓰고 집으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