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엔 막국수를 먹었고, 겨울엔 사골을 먹었다. 기념일은 1년에 몇 번이지만, 겨울은 일년에 어림 잡아 90일이니까. 사골은 ― 김훈이 어디에선가 라면을 설명하며 썼던 표현처럼 ― 내게 인처럼 박혀 있다.

소설을 썼던 적이 있다.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창비 신인문학상 같은 데에 원고를 보내기도 했다. 음악가가 되고 싶다거나 하는 맘 보다는 훨씬 컸다. 그때 썼던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다, 「사골」. 소설로선 나쁘지 않았지만 정치적으로 옳지도 않았다. 그래서 이제는 되도록이면 숨긴다. 소설도, 소설을 썼다는 사실도.

새벽 편의점을 다녀오는 길에 노래를 만들었다. 소설이 아니라 기억에서 출발했다. 소설은 이제, 쓴지가 너무 오래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사골」을 〈사골〉로 만들어보려 했던 시도는 모두 실패했었으니까. 당겨 뽑을 실 한 올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도 이번엔 가사도 멜로디도 어렵지 않게 나왔다.

곡을 쓰기 얼마 전 사골에 영양가가 하나도 없다는 기사를 접했다. 그 기사 덕분에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