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로 올라왔다. 미리 보내놓은 데모를 들으며 이야기를 했다. 어떤 식으로 만들면 좋을까? 단편선 씨는 한영애 씨의 '호호호'를 레퍼런스로 삼자고 했던 바 있다. 그 얘기를 전했다. 이렇게 하는 게 좋을까? 선택을 해야 했다. 빠르게 또는 느리게. 준호 씨는 멜로디나 코드랑은 어울리지만 가사랑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느리게 가기로 했다.

송폼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조금 있었다. 준호씨가 듣기에는 1절에서 B가 두 번 반복 되는 게 이상하다고 했다. 송폼에 대한 의견은 단편선씨도 얘기했던 적 있다. 브릿지가 어디엔가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권형씨는 간주가 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없애면 없앨 수 있고 넣으면 넣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그새 곡과 멜로디가 너무 붙어버렸다. 내 맘대로 떼어버릴 수가 없었다.

무엇도 확실히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편곡을 이어나갔다. 리듬을 넣어보고, 신스를 넣어보고, 피아노 소리를 바꿔보기도 하고. 기타로 쳐 보기도 하고 세 박자로 불러 보기도 하고. 권형씨는 우주적인 사운드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다, 그러다'로 시작 되는 마지막 파트에 어떤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고도 이야기 했다. 준호씨는 두번 째 B에 무언가를 쌓아서 변화를 주려고 했다.

넣지 말죠. 한참을 쌓다, 누군가 말했다. 준호 씨가 담배를 피고 들어와서 였던가. 송폼도 그대로 가기로 했다. 이거는 이대로 가야해요. 교회가 있는 풍경이 그랬다고, 권형씨가 말했다. 이 노래는 가사를 들어야 하는 노래고, 공백에 집중해야 하는 노래다. 그리곤 레퍼런스를 찾았다. 준호 씨는, 이를 테면 '데미안 라이스' 식으로 하자고 했다. 허전하게. 시험삼아 첼로를 넣어보기도 했다. 물론 데미안 라이스의 영향으로. 너무 구슬퍼서 바로 빼버렸다.

데모를 크게 바꾸지 않기로 했다. 어느새 해가 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