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서는 어떻게 잘 넘겼다. 자잘한 실수는 있었지만 큰 실수는 없었다. 전역을 앞두고는 항상 리듬이 무너지곤 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하이코드가 많다보니 치다보면 왼손이 아프다. 그것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아귀힘을 기르든지 어떻게 해야겠다. 부르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서는 부르지 않는 것도 방법이겠다. 총 일곱 곡을 불렀다.
객석에 앉아 있던 미지씨가 무대에 올랐다. 미지씨는, 별다른 멘트 없이, 노래로 시간을 꽉꽉 채웠다. 어림잡아 11곡 정도는 한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도 연주에 자신이 생기면 미지씨 처럼 해볼까. 음반에 실리지 않은 곡도 많이 들었다. 나는 ―청취든, 가창이든― 라이브를 선호하는 쪽이 아니었는데, 최근에 좀 바뀌고 있다. 미지씨 같은 공연은 좀 더 길게 보고 싶다.
남편과 함께 공연장을 찾았던 대학동기와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이라 어색했다.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였을까? 아무리 가까이 잡아도 5년은 된 것 같다. 그는 예전처럼 나를 대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오래전 내가 그를 어떻게 대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당시에 누구에게나 그랬듯이, 스스럼 없이 대했겠지만. 요새 사람을 대하는 게 어색해져서 큰 고민이다. 남편의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재미공작소로 들어가서, 씨디를 구입한 분 몇과 인사를 나눴다. 싸인도 하고. 랏밴뮤에서 알게 된 분들이 몇 분 오셨다. 잉여김님하고, 스야님. 온라인에서만 보던 분들을 실제로 만나는 것은 꽤나 즐겁다. 별다른 말 없이 그냥 얼굴만 보는 걸로도. 낮밤님은 요새 뭘 하시나. 4장의 씨디를 팔았다.
내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아직 익숙하지 않다. 나도 내 노래가 좋다고 생각한다. 조울의 주기에 따라 평가는 종종 변하지만, 가장 좋지 않을 때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런 얘기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들으면 어딘가 이상하다. 음악계의 여러 사람들이 서로 짜고서 나를 놀리는 것만 같다. 트루먼쇼처럼. 그런 망상을 하기에는 너무 덜 뜬 것도 같지만. 아무튼, 왜일까?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다.
사월 씨, 미지 씨, 피슈 씨, 잉여김님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문래동에서, 신촌에서. 좋은 것들을 많이 보고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