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훈련이 끝났다. 그 애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미리 시작한 상심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벌어질 일을 알고 있었던 나는 뙤약볕에서 사주간 몸과 마음에 벌을 주었다. "넌 날 그 정도로만 좋아한 거야" 같은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약간의 시도를 했지만, 크게 노력하진 않았다.
마지막 학기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같은 수업을 듣게 되었다. 영상을 만들어 제출하는 것으로 기말 시험이 대체되었다. 친한 형과 만든 조에 그 애가 들어왔다. 단호할 줄 몰랐던 것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이 들어 왔던, 그 애의 신방과 친구는 몇 주 뒤 조를 바꿨다.
우리는 매주 화요일에 만났다. 별 사이는 아니었다. 저녁쯤 만나 매번 라멘을 먹고 별 일 없이 헤어졌다. 가는 곳은 동일했다. 먹자골목이라 불리던 곳―삼사천원짜리 돼지갈비를 파는 곳이 모인 거리―초입에 있는 동경도 라멘. 그애는 라면과 라멘을 엄격히 구분했고, 나는 구분하지 않는 편이었다.
당시 그애는 아메리칸 어패럴과 닥터마틴을 좋아했다. 하루는, 20홀이 족히 되는 긴 부츠를 신고와선 신발이 꽉긴다며 내게 발을 내밀었다. 나는 그것을 위에서부터 하나하나씩. 라면을 갖다주는 사장님은 "남자친구 분이 다정하시네요"라고 말했고 그 애는 "흐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