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찾던 사이트에 〈순한글〉의 뮤직비디오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노래에 대한 평은 듣지 못하고 제목에 대한 이야기만 잔뜩 들었습니다. 요지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한글로 쓰는 이름은 다 '순한글' 이름이다. 너가 '순한글' 이름이라 말한 것은 '순우리말' 이름이라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너무 맞는 말이라 잠깐 흔들렸지만, 제목은 바꾸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순우리말'은, 어딘지 어색한 우리말입니다. "네 이름, 순한글이라"는 듣기 좋지만 "네 이름, 순우리말이라"는 굉장히 불편합니다. 쿵쿵따의 마수의 걸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끝말잇기계에서 3음절을 초과하는 단어가 실종 돼 가고 있다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순한글〉에 대해①」을 읽어보셨습니까? 2013년에 썼던 원본에 비해 여덟 문장이 적습니다. 그 여덟 문장은 주로 자칭 뮤즈인 아이의 당시 상황에 할애된 것이었습니다. 지금 읽어보면, 용케도 그딴 말들을 했구나 싶습니다. 그 문장을 빼버릴 만큼 저는 변했습니다. 예전만큼 솔직하지 않고, 예전만큼 입을 놀리지 않습니다. 좋아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순한글〉에는 뮤직비디오가 있었습니다. 후배의 가짜 한옥 집 마당에서 다른 후배와 찍었습니다. 도미노를 세우고, 쿠킹호일로 배를 접고 구기는 짓을 했습니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 가려던 즘이었습니다. 변기에 떠 있는 호일배를 건지지 않고 물을 내리는 바람에 배관이 막혔습니다.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었는데요. '관통기'가 가장 효과가 좋았었습니다.

뮤직비디오의 연출의도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망쳤다, 되살리고 싶다. 전과 같지 않다. 폐기처분. 관계의 끝과 그 이후를, 관계의 끝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표현했다. 이것은 일종의 포르트-다(fort-da)놀이이다. 결별-헤어짐이라는 고통스러운 체험을 놀이로 상징화하여 극복하는 모습이다." 내용이야 어쨌든 저는 이 뮤직비디오를 좋아합니다. 제게 매우 가까운 친구를 만들어줬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