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오던 때였다. 룰루랄라 사장님(a.k.a 라장)*이 이런 말을 남겼다. "이렇게 물 속을 걷는 듯한 날씨가 계속될 때 우리는 우루시바라 유키의 <수역>을 읽어야 합니다. 이 만화에 대한 공감력이 27배 정도 상승해 있는 상태이니까요. 아름답고 아름다운 만화." 어떤 책인 지 궁금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웃돈을 주고 구입했다.

밖은 여전히 습했다. 하권을 덮고 "깊은 물"로 시작하는 가사를 썼다. 구체적인 심상을 떠올리기 쉽지 않아 부득이하게 제목을 바꿨다. 이야기를 통째로 옮겨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당시 나는 ―시옷과 바람의 영향**으로― 적게 말하기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림 없이는 어떻게도 전달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언젠가 나는 이런 설명을 붙였다. "댐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너무 거대하고 너무 두껍고 너무 단단해서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을 것 같지만. 당연한 것은 항상 놀랍다. 그것이 있기 전에 그것은 없었다. 그것이 있기 전 그 자리엔 사람이 있었고 집이 있었고 가족이 있었고 마을이 있었고 삶이 있었다. 주말이면 자동차 끌고 자전차 끌고 놀러가는 그곳에."

여담이지만, 한국의 사례에도 관심이 생겨 이런 저런 책을 찾아봤다. 마침 경북기록문화연구원에서 『안동댐 수몰마을 주민대백과』라는 책을 발간 했길래 연락을 취해보았다. 비매품이라 구입할 수 없고, 모두 배포되어 재고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 온라인에서 열람 가능한 방법이 없냐는 질문엔 답을 받지 못했다. 공공기관 특유의 무책임함이 너무 싫다.

*사실 마음은 '룰장'을 향해 있으나, 나의 구강구조론 발음이 너무 어렵다.
**시옷과 바람의 곡 〈살아 있는 것들〉의 가사는 단 한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름다움은 그런 간결함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에 빠져있었다. 이 생각은 한참 뒤 나온 정밀아 씨의 《청파소나타》를 듣고 바뀌었다. 그냥 내가 못난 것 뿐이라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