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그랬다. 소풍 날이 되면 소풍이 싫다. 출발 일이 다가오면 여행이 싫다. 컵 하나가 남으면 씻기 싫다. 쓰레기 하나가 줍기 싫다. '그렇다'는 말은 최대한 미룬다. '그렇지 않다'는 말도 최대한 미룬다. 받은 일을 그 자리에서 해치우다 구십오 퍼센트 쯤에서 멈춘다. 굳이, 한 달 뒤에 있을 마감일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