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사업에서 떨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한 '청춘마이크'*란 사업이다. 그들은 예술과는 전혀 관련 없는 미담과 아이디어를 요구했다. 예를 들면 '예술가로서 성장하기 위한 노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위기경보가 지속될 경우, 현재 대면 방식의 버스킹 공연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 '홍보 및 마케팅 방안' 같은 것들. 국가차원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장려한지 몇 해가 지났지만 예술가의 채용에서 블라인드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돈은 필요했지만 반발심이 생겼다. 대충 쓰기로 타협했다.

청춘마이크의 선발은 각 광역지자체 산하의 문화재단 혹은 그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은 외주 업체가 맡고 있다. 선발 대상은 대중음악을 포함 실연 가능한 거의 모든 분야의 예술인이다. 다종다양한 참가자들을 공평무사히 선별할 수 있는 전문가풀이 지자체마다 있을리 없다.** 눈과 귀가 없는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신화에 의존한다. 심금을 울리는 원초적인 형태의 신화. 사회는 여전히 이명박을 원한다.

해당 사업은 공정한 원칙을 ― 필요한 것은 묻고 필요하지 않은 것은 묻지 않는다는 ― 위배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지원자를 '착취'한다. 누군가 매우 괜찮은 아이디어를 냈을 때, 하지만 그의 실연이 보잘 것 없을 때 관계자의 관심을 끈 발상들은 지원서와 함께 깨끗이 삭제될 수 있을까? 지원자가 눈치 채지 못하게 ― 그런 종류의 양심이라도 있으면 다행이다. ― 다음 해에, 혹은 다른 사업에서 사용하지 않을까? 그는 그것의 출처를 공개하고 원작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할까?

영상을 제작하고*** ― "으으으"**** 소리가 절로 나는 ― 해시태그와 함께 유튜브에 올리라는 요구 또한 착취다. 영상 심사는 심사 대상인 '실연'외에 '촬영'이라는 노동을 추가적으로 요구한다. 업로드 및 해시태그는 착취가 노동력을 넘어 개인정보 혹은 개인 그 자체로까지 뻗어 감을 보여준다. 본인의 계정에 무엇을 어떻게 올릴지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로서 보장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무엇보다 지원자의 구독자, 팬, 팔로워에 기생하려는 국가기관의 ― 게으른 보험영업인 같은 ― 태도가 볼썽사납다.

지원과정에서의 발생한 배제와 차별 또한 문제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주인공 '다니엘 블레이크'은 컴퓨터를 사용할 줄 몰라서 그가 받을 수 있고 받아야만 했던 복지를 누리지 못한다. 기타와 목소리는 있지만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폰이 있지만 전화만 할 줄 아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에 촬영을 부탁할 가족 또는 친구 하나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 갤럭시 S2를 쓰는 사람은? 이참에 아이폰으로 바꿔야 할까? 국가기관에서 하는 지원사업에서 특정 매체의 소유와 사용 능력을 기준으로 특정 집단을 배제해도 되는 것일까.*****

몇 해전 대통령은 곳곳을 돌며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노동인듯 아닌듯 애매한 것들이 행해지는 이 곳, 정치와도 경제와도 너무 먼 이곳에는 어떤 신호도 닿지 않는 듯하다. 망령이 되어 버린 병사들은 십수년 전 명령에 따라 모든 것을 떠넘기고, 모든 것을 착취한다. 무너진 지휘체계에도 흔들림이 없는 것은 명령이 그들 안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철학 없는 국가의 망가진 시장에서 삶이 아쉬운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변해야 한다. '이명박 되기', 그것이 바로 그들이 말하는 '청춘'의 실체다.

*"열정과 재능이 넘치는 대한민국 젊은 예술가들에게 ‘문화가 있는 날’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하여 청년들의 꿈을 키우고 전문성을 가진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 평론가 김학선은 그의 페이스북에 여러 지원 사업의 심사위원 선발 과정에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다.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유행하기 전에도 청춘마이크는 동영상을 통해 지원자를 선발했다.
**** #청춘마이크 #문화가있는날
***** 최근 버스비 결제를 교통카드로 단일화하겠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나는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