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4학년 때였다. 여러 사정으로 심히 우울했다. 문득 혼자 있는 것이 무서워졌다. 멀쩡한 자취방을 두고 나와 선배 집에 들어갔다. 이미 한 녀석이 붙어살던 집은 좁기 그지없었다. 매일 아침 알람이나 물 떨어지는 소리에 잠을 설쳐야 했다. 그래도 좋았다.

며칠에 한 번 집에 들러 옷가지를 챙겨 나왔다. 짐을 모두 들고나올 수는 없었으니까. 가끔 들린 집 두꺼운 요 위에 앉아 - 불 꺼진 방 창으로 드는 해를 보면서 -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나는 요즘 밥맛도 없고 친구들도 그냥 그래요." 첫 문장과 멜로디가 나왔다.

영심이가 부르면 어울릴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당시 어울리던 여자친구들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다. 그들은 주로 짝사랑이나 컴플렉스와 같은 것들을 얘기했다. 이리저리 가사를 썼지만 영 입에 붙지 않았다. 그 후 몇 년간 종종 꺼내어 불렀지만, 별로 나아지진 않았다.

《김일성이 죽던 해》 데모 제작을 하면서 다시 꺼내어 들었다. Verse만 남기고 모두 새로 썼다. 새 친구들의 이야기가 들어갔다. 친했던 친구와 별다른 이유 없이 ― 혹은 터무니없이 사소한 이유들로 ― 멀어진 이야기, 대상을 바꿔가며 이유 없이 따돌리곤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중학생 때 나는 이중적이었다. 윤리나 도덕 같은 것을 말할 때마다 생겨나는 매연 같은 것을 맡기 시작했다. 선생님과 형들은 나를 때리고 뭔가를 뺏어갔다. 분하고 억울했다. 그래도 한편으론 세상에 좋은 것들이 있다고, 혹은 좋은 세상이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이것이 후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