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뮤직 D.I.Y 프로젝트 지원신청서 : 기획의도

개개 뮤지션은 각각 하나의 고유한 종이다. 이들이 사라지지 않고 활동을 지속 유지케 하는 것이 바로 종 다양성을 지켜내는 일,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일이다. 하지만 종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인정받는 길, 살려서 남길만한 것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은 지난하기만 하다. 음악가들을 도와줄 것이라 여겼던 새로운 매체들은 순간 명멸하는 인상만 남길 뿐 음악가를 판단할 만한 충분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매체는 여전히 ‘책’이다. 지난 해 발매한 『내역서』를 통해 천용성 또는 천용성의 산물들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고자 했으며 그러한 수고가 《김일성이 죽던 해》의 작은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얄팍한 사업가처럼 나는 그러한 공식을 반복하고자 한다.

인정과 합의가 언제나 종 보전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삶은 금력金力으로 유지 되며 금력은 상품판매를 통해 획득할 수 있다. 어떤 음악가는 연주를 팔고, 어떤 음악가는 가창을 팔고, 어떤 음악가는 지식을 판다. 그러나 나는 ― 『내역서』에서 밝혔듯이 ― 음악노동시장에서 환대 받는 상품이 아니며 내가 팔 수 있는 것은 공연, 음원, 음반 뿐이다. 공연수익의 대부분은 임대인에게 돌아가며, 음원수익의 대부분은 서비스 업자에게 돌아간다. 하나 남은 음반은, 선의를 가진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책장에 모두 꽂혀 있다. 음악가로서 삶을 지속하기 위해 나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출시해야 한다. 상품은 현장에서 팔 수 있고 내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물성이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책을 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