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반을 들으면 우울하다. 나 자신이 한심해서. 가끔은 중간에 끈다. 더 이상 가라 앉고 싶지는 않아서. 어떤 음반은 일부러 한참 뒤에 듣는다. '몇 해 전 그런 음반이 있었지' 하고 잊혀져 갈 때쯤. 앨범 한 장을 듣는 데 몇 년씩 걸릴 때도 있다. 예를 들면 《로맨스》. 나는 꽤 오랫동안 〈옆〉까지 밖에 알지 못했다. 사월 씨에게도 말한 적 있지만.

*조동익 씨의 신보는 몇년 뒤에나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