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이었다. 모 대학의 문화경영학과 소속 학생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과 내 영상학회에서 '인디 가수'를 주제로 한 영상을 제작하고자 한다. 혹시 생각이 있으면 답을 달라. 너의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다음주 쯤 미팅을 한 번 하면 좋을 것 같은 데 일정 괜찮으실까요?" 답장을 썼다. 과거 유명했던 인디 음악 사이트에서 따온 듯한 콘텐츠 명, 적당히 갖다 붙인 영어 이름이 마음에 걸렸지만* 거절하진 못했다.** 아무런 답 없이 몇 주가 지났다. 어떻게 되가는 것인가 궁금해 '수신확인'을 눌렀다. 휠을 주르륵. '읽지 않음'

올 봄이었다. 모 스타트업 ― "으으으" 소리가 절로나는 이름의 ― 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인디 씬 선-후배 콜라보 공연'을 기획하려 한다. 싱어송라이터 천용성을 선배 인디뮤지션으로 섭외하고 싶다. 홈페이지에 둘러보았다. "즐겁게 식사하고! 맛있게 공연보고!", "즐거운 맛집&맛있는 공연", "먹으면서 즐기는 콘서트!", "예술이 배고파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없기 때문이래요!" 그들이 요청한 정보를 제공했다. 섭외 프로세스, 테크라이더, 개런티. 아무런 답이 없이 몇 주가 지났다. 어떻게 되가는 것인가 궁금해 '수신확인'을 눌렀다. 휠을 주르륵. '발신 : 16시 47분' '수신 : 16시 47분'. 읽고 씹음

올 여름이었다. 모 기획사에서 ― 감각을 강조하는 사명이 영 감각 없어 보였다 ― DM이 왔다. 송파구에 있는 한 양식당 지하 공연장에서 노래해 줄 수 있느냐. 사회자가 있고 관객 사연도 받는 형식의 행사였다. 티켓 값은 만 원, 원 프리 드링크, 수익은 50:50으로 분배, 만석은 35석. 홈페이지를 둘러보았다.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가수들이었다.** "사람들 많이 오나요." "가수님의 역량에 달려 있어요." "티켓값을 올릴 수 있나요." "공연장 측에 물어보고 답 드릴게요." 일주일 후. "혹시 결정됬나요." "저희도 답변 기다리고 있어요." 두 달이 지났다. 내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 옆엔 아직 '1'이 붙어있다.

*'미쓰 족발' 밑에 'Myth Jokbal' 이라 써놓고 족발의 신화가 되겠다고 풀이하는 식이다.
**대학 근처를 10년이나 멤돌아서일까. 나는 대학생들에게 꽤나 약하다.
***소속가수들 끼리도 별 접점이나 공통점이 없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