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선씨의 인디자인 수강이 조금 늦춰지게 되면서 '마감' 이후에 쓴 몇 개의 글이 더 실리게 되었습니다. 후반작업이 거의 끝나가는 터라 글을 쓸 여유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 꼭지는 별 생각 없이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인 용도나 의도, 목표 같은 것 없이. '작업기'를 남겨두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습니다. 사건과 사견을 구분 없이 정리하다보니 작업기와 작업일기 사이의 어중간한 뭔가가 나와버렸습니다. 분류는 저널이지만 저는 사실 '저널'과 '다이어리'가 어떻게 다른지도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글을 책으로 내게 되면서, 어찌됐든 독자를 배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책을 쥐게 될까요. 음악을 하거나 음악-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일부 있을 것입니다. 인디문화에 관심이 많고 인디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또 일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마 절반 이상은 제 음악에 별로 관심이 없고 심지어는 별로라고까지 생각하지만 오랜 친구가 뭐라도 한다니 어쨌든 응원해주는 분들일 것입니다.

이 글은 세번째 분들을 위해 쓴 것입니다. 물론 그들 중 대부분은 이 글을 읽지 않을 것입니다. 저의 부모가 제 음반을 모르고, 저랑 같이 사는 친구가 어젯밤 <사기꾼>을 처음 들은 것처럼 말입니다. 친구사이란 대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읽지 않는 것은 아무튼 그것대로 좋습니다.

(중략)

윗 문단과 이 문단 사이에는 약 6시간 정도의 시차가 있습니다. 서교동사거리 스타벅스에 앉아서 시간을 죽이며 위의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술을 마시다 들어와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원래는 '믹싱'과 '마스터링'에 대한 조금 장황한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도 잘 모르는 걸 설명하기란 어려운 일이라 관두어 버렸습니다.

* 음반제작 과정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은 프로듀서 단편선씨가 쓴 「당신과 DIY 2015」란 글을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