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기억력이 예전같지 않아서 지난 일을 잘 기억 못하니까. 기억 못할일을 굳이 기억하려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아무래도 없는 것 같지만 그렇게 말하면 일기 쓸 이유가 하나 사라져 버리니까, 일단은 있다고 말해야지.

'지난 해 열심히 커피를 먹어서 얻은 스타벅스 다이어리와 예전 생일 때 보람 씨가 사준 블랙윙 연필을 소진하기 위해서'도 좋은 이유인 것 같다. 짐을 줄여야 하니까. 보람씨도 내가 그것으로 무엇을 쓰기를 바랬을 테니까, 라고 말하려 했는데 사실 아무 것도 안 바랬을 것 같다. 보람 씨 만나야 하는데 얼른.

오늘은 개화산장이라는 곳에 가서 오리고기를 먹었다. 대학 동기인 S가 사줬다. 오리, 장어, 염소, 뭐 없는 게 없었다. 오리도 주물럭, 숯불구이, 또 하나는 뭐지? 서너 종류 있었다. 우리는 숯불구이를 먹었다. 직화구이는 아니었다. 반찬이 너무 달고 짜고 했지만 어쨌든 맛은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S의 노트북에 윈도우 10을 설치했다. 설치하면서 또 이런 저런 구박을 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 구박을 하게 된다.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