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페어가 끝났다. '김일성이 죽던 해' LP가 알라딘 중고장터에 올라왔다. 하나는 78,000원, 다른 하나는 85,000원. 정가는 33,000원. 하루 새에 두 배 넘게 올랐다. 팔렸으면 좋겠고 또, 안 팔렸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리셀 할 요량으로 ― 된 적은 없지만 ― 한정판 운동화 추첨에 응모한 적이 있다. 판매자가 내 음반을 '조던'처럼 생각해준다면, 그 건 그 것대로 고마운 일이다. 그래봐야 실은 ― 아무리 좋게 봐줘도 ― '컨버스' 정도일까.

친한 친구 하나는 매번 말했다. "넌 안 돼." 추측이 아닌 확신. 그건 ― 애써 풀어 말한 적은 없지만 ― 나의 '상품성'에 대한 지적이었다. 나는 여러 의미로, 규격 외 상품이니까. 나이는 많고, 얼굴은 못났고, 덩치는 ― 정말 쓸모 없이 ― 크다.

이번의 '완판' ― 주변에서는 고맙게도 '대란'이라 불러주는 ― 을 친구에게 들이 밀며 따져보고 싶지만, 아마 실패할 것이다. 지난 몇 달 간 나간 CD보다 페어 이틀 간 나간 판이 더 많다. 나나 내 음악은, "최초"나 "한정" 같은 말들, 혹은 "140g 클리어 그린 디스크" 아래로 숨어버렸다.

그렇지만 그것도 좋다. 나는 잠시간 ― 그것이 마치 나의 공인양 ―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이다. 리셀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격이 더 올라 갈테니, 갖고 계시라" 거짓말도 치면서. 나는, 언젠가 단편선씨에게도 말했듯이, 좋은 상품이 되고 싶었고, 좋은 상품이 된 것 같은 이 느낌은 오래 가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잠깐 우쭐하다, 다시 돌아 와, "쫌버"한 사람들 앞에서 노래해야지. 전보다 더 솔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