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 약속이었다. 주안에 사는 프로듀서 서준호(a.k.a 준스노우) 씨와 만나기로 했다. 651번 버스를 타고 개봉역에 갔다. 역에 있는 던킨도너츠에서 빵을 살까 잠시 고민했다. 별로 당기지가 않았다. 며칠전 수유리우동집(우장산역 점)에서 먹었던 얼큰우동이 또 먹고 싶었지만 들렸다 오기는 무리였다. 며칠전 마신 술 기운이 아직 남아 있어서 그런 걸까. 이상하게도 계속 국물이 먹고 싶었다.

동인천 급행을 탔다. 1시 40분쯤 주안역에 떨어졌다. 카드를 찍고 나왔다. 다들 들어가는 지하상가로 휩쓸려갔다. 다음 지도에는 지하철 출구만, 상가에는 상가 출구만 표시되어 있었다. 어디로든 나가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밖을 나섰다. 롯데리아가 있는 쪽 출구였다. 번호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왼쪽에는 역이, 오른쪽에는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길 건너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샀다. 준호 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별 걱정은 되지 않았다. 자고 있나. 그러면 다음에 보면 되지 뭐. 커피를 사서 걸어가는 데 권형씨한테 전화가 왔다. 상가 8번 출구로 나오라고. 마침 8번 출구를 막 지난 터였다. 멀리서 손을 흔드는 권형씨가 보였다. 단편선 씨와 비슷한 류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권형씨는 준스노우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투덜댔다.

작업실이 있을 것 같지 않은 건물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에서 전화를 받았다. 준호 씨였다. 식사를 하고 계셨다고 했다. 권형씨를 바꿔줬다. 작업실에 짐을 두고 밥을 먹기로 했다. '영화공간주안'이 있는 7층에서 내렸다. 비상계단을 타고 몇 층 위로 올라갔다. 풀이 뻗친 정원을 지나 옥상 위에 놓인 작업실에 당도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있는 작업실은 처음이었다.

북촌손만두에서 밥을 먹었다. 이 근처에서는 그나마 제일 낫다고, 권형씨가 말했다. 먼저 식사를 마친 준호 씨를 만났다. 어느새 늙어버린 소년 같은 인상이었다. 권형씨는 비빔국시, 나는 칼국수를 골랐다. 튀김만두도 시켰다. 밥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아주 짧은 인터뷰를 했다. 동요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슬픈 노래라고 대답했다. 동요면 슬퍼야 된다고 생각했다. 권형씨 마음에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꾸미지 않아서 좋다고는 했는데.

나 빼고 다들 많은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것 같다.